선방 스님이 아닌 직장인도 불교의 간화선이나 위파사나, 혹은 원불교의 마음공부와 같은 수행이 가능할까. 직장인이 수행을 하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기는 할까.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 직장인이 한가하게 간화선이나 수행하다 자칫 경쟁에서 낙오하지는 않을까.

이번 ‘직장인의 자기계발을 위한 인문학’시리즈에서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개발원 수행분과위원장으로 직장인들에게 수행을 지도해온, 조계종 총무원 박희승(43·사진) 기획차장을 만나 직장인의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을 졸업한 박 차장은 직장인 조계종 총무원에서 일하는 틈틈이 간화선을 수행, 현재 불교인재개발원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의 지도강사를 맡고 있다.

―수행이 뭔가.

“마음 공부다. 이 중에서도 불교의 수행은 마음을 바르고 지혜롭게 쓰도록 자신을 바꿔 부처가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조계종에서 하는 간화선은 본래 부처의 모습을 보기 위해 화두를 들고 수행한다. 화두를 들고, 화두를 타파하여 본래 자유로운 나의 모습, 평화로운 나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두 참선은 선방 스님들의 전유물 아닌가.

“본래 간화선은 송나라 때 대혜종고 선사가 재가자의 일상생활을 바르게 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간화선은 생활인을 위한, 생활인의 선이다. 직장인이야말로 화두 참선을 통해 자기를 계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음을 바르게 써서 자신과 주변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직장인이일과 가정생활, 인간관계, 자기계발 등으로 한가하게 참선이나 하다 낙오하기 알맞지 않겠는가.

“천만에, 그 반대다. 직장인이 수행을 하면 지혜가 계발되고, 마음이 향상돼서 직장생활은 물론,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음공부로 선정이 계발되면 집중력, 직관력이 생긴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 명쾌하게 정리해 상황의 핵심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화가 줄어들고, 웬만한 스트레스에도 담담하게 된다.”

―그래도 직장인이 수행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다.

“산중 선방에서 몇개월씩 안거를 하거나 선문답을 하는 것만이 간화선은 아니다. 간화선은 수행과 생활을 구별하지 않는다. 생활 그대로가 수행이다. 회사일이든, 가사든, 공무든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역할이든 관계없이 바르고 잘 하도록 하는 것이 수행이요 마음공부다.”

―일반인이 수행에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길이 있는가.

“선지식, 즉 선(禪)을 오래 공부해 여기에 안목이 열린 분을 찾아가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 전국에 산재한 선방으로 찾아가 선지식을 만나라. 최근에는 전국의 불교 사찰이나 단체 등에서 간화선 프로그램도 개설하고 있다.”

―어떻게 간화선에 입문했는가. 경험을 말해달라.

“인연이 있어 선지식(스승)에게 화두를 받은 뒤에도 처음에는 제대로 수행을 못했다. 그러다 ‘너무 바빠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하루에 딱 5분만 내서 규칙적으로 참선을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매일 5분간 일주일 정도 참선을 했더니, 선정 삼매의 맛 같은 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5분이 10분, 15분, 30분으로 늘고, 시간이 있을 때나 휴일에는 1시간도 넘게 됐다. 휴가 때 일주일씩 산중선방에서 공부했더니 움직이거나, 일하면서도 화두를 챙기는 단계로 나아갔다. 이젠 매일 좌선하는 것에 더해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운전하고, 업무를 하는 중에도 틈틈이 화두를 챙긴다.”

―그랬더니 어떻게 되었는가.

“내게 부족한 점, 내가 잘못하고 있는 점들이 크게 느껴졌다. 나는 본래 조그만 스트레스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곤 했다. 뭔가 힘든 게 있으면 피하고…. 그런데 참선을 하다보니 어려운 상황들도 담담하고 주체적이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키워졌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다스려지면서 마음도 안정됐다.”

―참선이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가. 참선이 이른바 웰빙붐과도 관계가 없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 참선을 하면 건강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되나 이는 부수적인 것이다. 웰빙 참선, 건강 참선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으나 본질은 무아(無我)와 연기(緣起)를 깨닫는 것이다. 부처되는 공부를 해야 진전이 빠르다.”

―간화선 입문자가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좋은 선지식을 만나야 한다. 간화선을 하다 보면 여러가지 깊고도 미묘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삿되고 위험한 외도로 나아갈 수 있다. 선지식을 통해 공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수행은 고요한 산중에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시장이나 직장에서 공부해도, 산중에서 하는 것 못지않게 마음의 향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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