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지장기도

지장신앙에 있어 불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지장기도를 통하여 어떻게 가피를 입어 소원을 성취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느냐에 있을 것이다.
실로 지장보살님께 정성껏 기도를 하는 공덕은 뜻밖으로 크다. 현실 속에 찾아든 고난을 단순히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태어나는 일에서부터 죽음 후의 내생에 이르기까지,

지장보살은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장경"은 다른 경전과는 달리,
태어나고 살아가고 일하고 수행하고 병들고 죽는,
인생의 여러 과정과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기도 방법을 일일이 밝히고 있다.
"지장경"의 가르침에 준하여 삶 속에서 어떻게 지장기도를 할 것인가를 실제의 체험담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 태어남과 지장기도

1920년 경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씨(張氏) 집안으로 시집을 간 양벽원(梁璧垣) 거사의 딸은 광산 일을 하는 남편을 따라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하남(河南) 지방으로 가서 임신을 하였다.
차츰 해산할 날이 다가왔으나 외진 곳이라 해산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부부가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종이에 '나무지장왕보살(南無地藏王菩薩;중국에서는 지장보살을 지장왕보살이라 많이 칭함)'이라 써서 딸에게 보내며 당부하였다.

"매일 아침, 향을 피우고 지장보살께 삼배를 올린 다음 기도하여라. 반드시 순산하게 될 것이다."

딸은 아버지가 보내준 글씨를 벽에 붙이고 매일 아침마다 열심히 기도하였으며,
그 결과 조금도 고통을 느끼지 않고 아들을 순산하였다.
2년 후 그녀는 또 임신하였으며, 전과 같이 기도하여 아무런 고통없이 딸을 낳았다.
두 아이의 상호는 매우 단정하였으며 총명하고 또한 착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어려서 죽은 아이의 영가천도나 태중에서 죽은 태아의 천도를 위해 지장기도를 드리는 경우가 보편화되어 있다.
이는 지장보살과 태어나는 아기, 또 어린아이와의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관세음보살이 훌륭한 자식을 점지하는 가피력을 많이 나타내고 있는 데 비해,
지장보살은 자식을 고통없이 편안하게 낳을 수 있게 해 주는 보살님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지장경"의 <여래찬탄품>에는 태어난 아기를 위한 기도법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새로 태어난 아기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7일 이내에 이 불가사의한 "지장경"을 읽어주고 지장보살의 명호를 1만 번 불러주면,
비록 과거 생의 허물로 인해 죄보(罪報)를 받을지라도 곧 해탈을 얻게 되며,
안락(安樂)하게 잘 자라고 수명이 연장되느니라.
만약 그 아기가 복을 받아 태어난 자라면 안락과 수명이 더 하게 될 것이니라."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자식농사에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좋은 날 좋은 시에 태어나게 해야겠다며 멀쩡한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까지 한다.
그러나 내 자식에 대한 지나친 욕심보다는 생명의 흐름을 따를 줄 알아야 한다.
오히려 태어남의 때를 순리에 맡기고 지장보살님께 기도하면서 태교를 잘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그리고 새 생명이 태어난 참으로 좋은 그때,
성현의 경전을 읽고 성현의 명호를 외우면서 축원을 해주면,
성현의 가피 아래 아기를 위해서나 그 가정을 위해 새로운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위의 말씀은 부처님께서 하신 것이니, 어찌 한 치의 거짓이 있으리.

한 편의 "지장경" 독송과 1만 번의 '나무지장보살' 염불이 결코 힘든 일이 아니니,
산모나 가족 중 한 분이 꼭 행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 불자들로부터 평소에 느낀 것을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이 귀하고 훌륭하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자나깨나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내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로서는 그 걱정을 쉽게 멈추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항만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걱정하는 마음으로는 자식이 잘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걱정보다는 축원을 해 주어야 한다.
걱정은 아이 주위를 편안하지 못한 기운으로 감싸게 만들고,
축원은 그 아이 주위에 좋은 기운이 충만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어찌 사랑하는 자식을 나쁜 기운 속에 있게끔 할 것인가?

부디 자식에 대해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걱정보다는 기도하고 축원을 해주는 불자가 되기 바란다. 지장보살 또는 관세음보살을 외우면서 기도하고 축원을 하여,
그 분의 자비광명이 우리의 자식에게 임하도록 하여보자.
그 자비광명이 우리의 자식에게 미치고 있는데 굳이 걱정할 것이 무엇이리! 꼭 걱정하는 마음을 축원으로 바꾸기를 당부드린다.

♣ 평온한 삶을 위한 지장기도

"지장경"의 여러 곳에는 모든 문제를 미리 예방하여 평온한 삶을 이루는 지장기도법이 제시되어 있다.
평온한 삶이란 무엇인가?
특별한 사고나 난치불치의 병이 없고, 의식(衣食)이 풍족하고 집안이 편안하면 그야말로 평온하고 족한 삶이리라.

그럼 어떻게 하여야 평온하고 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가?
"지장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날마다 지장보살을 생각하면서 그 명호를 천 번씩 불러 천 일에 이르게 되면,
지장보살은 그 사람이 있는 곳의 토지신을 시켜 그의 목숨이 마칠 때까지 보호를 하느니라.

그렇게 되면 현세에 먹고 입을 것이 풍족해 지고 여러 질병이나 고통이 없어지며 횡액(橫厄)이 그의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거늘,
하물며 그의 몸에 미치겠느냐.
또 이 사람은 마침내 지장보살로부터 마정수기를 얻게 되느니라." <견문이익품>

"미래세의 중생들이 매달 1일, 8일, 14일, 15일, 18일, 23일, 24일, 28일, 29일, 30일의 십재일(十齋日)에 부처님과 보살님과 모든 성현의 존상 앞에서 이"지장경"을 한 번씩 읽으면, 동서남북 백유순 내에서는 모든 재앙과 고난이 없어지며,
그가 사는 집안의 어른이나 아이가 현재 또는 미래의 백천세 동안 악도(惡道)에서 벗어나게 되느니라.

그리고 매달 십재일에 이 지장경을 한 번씩 읽으면,
현재의 집안에 모든 횡액과 질병이 사라지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하게 되느니라." <여래찬탄품>

이 기도법 중 앞의 것은 지장염불 기도법이요,
뒤의 것은 지장경 독송기도법이다.
이 둘 중 하나를 택하여 꾸준히 행하게 되면,
지장보살의 가피를 입어 횡액이나 질병을 예방하고 풍족한 의식 속에서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명훈가피(冥熏加彼)'이다. 불자들이 흔히들 '가피를 입었다'고 하면,
역경에 처했을 때 그 일을 해결하는 것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욱 좋은 가피는 불보살이 함께 하여 은근히 보호하는 명훈가피이다.
언제나 좋은 일이 함께 하고 나쁜 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명훈가피 속에서 살 때 우리는 참된 평화를 누릴 수가 있다.

부디 다급한 일이 일어나야만 기도를 하고 매달리는 불자가 되지 말고,
저축하는 마음으로 평소에 꾸준히 기도를 하기 바란다.
한 손에 1080알의 천주(天珠)를 쥐고 명호를 천 번 부르는 시간은 빠르면 10분, 천천히 불러도 20분이면 족하다.

이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업장을 참회하고 지장보살의 무한자비를 '나' 속에 담는다면, 어찌 우리의 삶이 복되고 평화롭게 바뀌지 않으리.
지금 특별히 행하는 염불이나 독경이 없다면,
이 두 가지 기도법 중 하나를 택하여 꼭 실천해 보기를 감히 청하여 본다.

♣ 소원성취와 고난극복을 위한 지장기도

기도(祈禱)는 절대적인 힘을 지닌 님에게 매달려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원을 이루는 행법이다.
곧 타력(他力)으로 스스로가 지은 업의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 정진할 것을 가르치신 부처님 자력(自力) 법문에 위배가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존재도 중생인 이상에는 그 힘이 대단할 수가 없다.
평소에는 당당하던 이들도 시련이 주어지고 고난이 닥쳐오면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바로 그때, 나의 힘이나 나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였을 때,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마냥 고난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야 하는가?

아니다. 그 어떤 힘을 불러일으키는 기도를 하여 고난을 넘어서야만 한다.
남이 해 주는 기도가 아니라, 당사자인 '나' 스스로가 직접 기도를 하여 난관을 극복하여야 한다.
어려운 현실만큼이나 간절한 기도를 하여 참회의 눈물이 흘러 넘치고, 잠깐이나마 자비의 님과 하나를 이루는 삼매에 젖어들면, 가피를 입어 능히 그 고난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회와 삼매! 이것이 고난을 넘어서는 비결이다.
지극한 참회로 녹이지 못할 것이 없고, 삼매를 이루면 반드시 통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움에 달하였을 때 기도를 하지 못하거나,
기도를 하고자 해도 왠지 모르게 기도가 되지 않는 이는 그 업을 그대로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곧 기도는 절대적인 힘에 의지하는 것이지만,
주체적인 극복의 의지가 결핍되면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를 하는 이는 꼭 명심하여야 한다.
기도는 자력(自力)과 타력(他力)의 조화라는 것을.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불보살의 근본 서원력'과 '고난을 극복하겠다는 나의 의지'가 합하여져서 결실을 맺는 것이 기도성취인 것이다.
이 원리를 잘 새겨두기 바란다.
이제 "지장경"의 내용으로 돌아가, 지장보살의 가피를 입어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살펴보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현재와 미래의 세상에서 백천만억의 여러 가지 일들을 이루고자 하면,
지장보살의 형상 앞에서 귀의하고 예배하고 공양하고 찬탄할 지니라.
여러 가지 소원이나 구하는 바가 모두 성취되리라." <견문이익품>

소원성취의 조건은 참으로 간단명료하다.
귀의, 예배, 공양, 찬탄이 모두이기 때문이다.
귀의는 확실한 믿음으로 '나'의 몸으로 한 배 한 배 정성껏 절을 하는 것이다.
집에서 공양을 올릴 경우에는 향과 꽃으로 족하고,
절에 가서는 향, 꽃, 초, 돈, 쌀 등을 바치면 된다.

그리고 찬탄은 지장보살께 감사하면서 지장보살의 큰 서원을 닮아가고자 하면 되는 것이다.
귀의, 예배, 공양, 찬탄! 이 네 가지가 지장기도의 기본 요구조건이다.
누가 이를 어렵다며 실천하지 못할 것인가?

또한 "지장경"에서는 불치의 질병,
사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감옥에 갇혔을 때,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을 때,
정신적으로 극히 피곤할 때, 갑자기 위기를 만났을 때,
매일 지극한 마음으로 지장보살을 생각하며 1만 번을 염불하거나 "지장경" 한 번씩을 독송하게 되면 그 모든 재앙으로부터 해탈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 기간은 최소한 7일에서 21일, 49일, 백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와 관련된 영험담 두 편을 함께 음미해 보도록 하자.

여든을 바라보고 있는 서울의 홍서주 보살이 약 20년 전에 체험한 일이다.
당시, 그녀의 아들은 합판상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대리점으로부터 거래대금 3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 돈을 달라고 하자 대리점 사장은 묘한 제안을 하였다.

"지금은 나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한 건만 해결하고 나면 아주 괜찮아집니다.
1,500만원만 융통해 주십시오. 300만원도 바로 드리고, 1,500만원은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500만원씩 세 달 동안 갚겠습니다."
아들은 300만원을 받을 욕심으로 누나의 남편인 매형에게 1,500만원을 빌려 대리점 사장에게 주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서주보살은 은행에 대리점의 신용을 알아보았더니 언제 부도가 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1,500만원은 매우 큰 돈이었고, 잘못되면 딸의 가정에도 큰 회오리가 몰아칠 판이었다.특별한 방법이 없었던 서주보살은 지장기도를 시작하였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10시에 <지장보살예찬문>을 독송하며 158배씩의 절을 올리고, 지장보살염불을 하였다.
자비하신 지장보살님께서 이 어려움을 막아주실 것을 확신하면서.

마침내 500만원 1장의 기한이 돌아왔고, 그 전날밤 보살은 꿈을 꾸었다. 많은 조상들이 배를 타고 떠나려고 하는데 배가 진흙벌에 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애를 태우고 있을 때 한복차림의 키가 훤칠한 남자가 나타나 배를 밀었고, 배는 물에 떠 순조롭게 바다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오후 5시 10분전까지도 입금이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보살은 지난밤의 꿈을 생각하면서 꼭 도와주실 것을 믿고 속으로 소리쳤다.'부처님, 감사합니다.
지장보살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5시가 되자 은행원이 '현찰로 줄까, 수표로 줄까' 하고 묻는 것이었다.
보살의 기쁨과 놀라움과 감사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뒤에도 서주보살은 지장기도를 계속하였고 두 번째 약속 날짜가 다가오자 또 꿈을 꾸었다.

아들이 큰 나뭇가지에 매여 있는 그네를 타고 있는데, 갑자기 한쪽 그넷줄이 끊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네를 멈추려 하였지만 어찌나 힘차게 흔들리는지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넷줄이 막 끊어지려는 순간, 지난 번 꿈에 배를 밀어주었던 분이 나타나 나무 위로 뛰어오르더니 말을 하였다.

"손에 쥐고 있는 밧줄을 던져라."
어느새 보살의 손에는 밧줄이 쥐어져 있었고, 그것을 던졌더니 곧바로 받아 끊어지려는 그넷줄을 고쳐 매는 것이었다.
보살은 꿈 속에서도 조이던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좋아하였고, 두 번째 약속어음 500만원도 마감시간이 다 되어 해결되었다.

세 번째도 서주보살에게는 현몽이 있었다.
아들과 함께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들을 따라가자 법당과 비슷한 넓은 방이 나타났으므로 거기로 들어가 대중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잠시 뒤 모습이 매우 수려한 스님 한 분이 나타나 문밖에서 안을 살피더니 보살을 보고 손짓을 하며 부르셨다.

"길을 잃어 집으로 갈 수가 없지? 이 길을 따라가라."
보살과 아들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조금 걸어 내려오자 아래쪽에 사는 동네와 빈집이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세 번째 약속어음도 잘 해결되어 1,50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그 대리점은 그 후 곧 부도가 나서 망하였다고 한다.

1996년 여름, 대구에 사는 40대 후반의 주부는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에만 몰두하다가 자신이 유방암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을 때에는 유방암이 이미 말기에 이르러 수술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불자였던 그녀는 갑자기 찾아든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여 괴로워하다가 문득 결심을 하였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한 번 죽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의 고통이 나의 죄업 때문이 아니더냐. 마지막으로 절에 가서 백일기도를 올리며, 업장을 소멸하고 죽음을 편안히 맞이하자.'

가족들에게 자신의 뜻을 밝힌 그녀는 선운사 도솔암을 찾아가 지장기도를 시작하였다.
아픈 몸을 이끌고 365개의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식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므로, 하루 한두 끼만 먹으며 도솔암의 내원궁에서 지장보살의 명호를 부르고 힘닿는 데까지 절을 하였다.

"지장보살님, 이 중생의 죄업을 참회합니다. 참회합니다."
23일째 되는 날 밤, 땀과 눈물로 온 몸이 흠뻑 젖은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어디에선가 희미한 음성이 들려왔다.

"정신 차려라.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잠만 자고 있어서야 되겠느냐?
"그리고는 불단 위의 지장보살님께서 내려와 가슴 뒤쪽의 등을 어루만지더니 대침(大鍼)으로 세 번을 찌르는 것이었다.
지장보살님께서 세 번째 침을 빼는 순간,
그녀는 움찔하며 잠에서 깨어났고, 갑자기 가슴주위가 시원해짐을 느꼈다.

같은 시각, 도량석을 하던 스님들은 내원궁으로부터 붉고 푸른색의 빛이 하늘로 뻗쳐오르는 것을 보고 환희의 예배를 올렸다.
그날 이후 그녀의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고,
예정했던 백일기도를 마치고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암에 걸렸던 자취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이들 이야기에서 우리가 꼭 새겨야 할 것은 참회와 감사이다.
지장신앙의 근본경전인 "지장경"은 지장보살을 중심에 놓고, 중생의 죄업과 고통과 참회와 해탈의 상관관계를 설하여 놓은 경전이다.

곧 중생의 그릇되고 고통스런 현실은 과거의 죄업에서 비롯되고,
참회를 통하여 지장보살의 가피를 입으면 죄업이 녹아내리면서 원래의 편안함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장기도를 하는 이의 초점은 참회에 맞추어져야 한다.
지장보살을 생각하고 염불을 하면서 참회를 다하다 보면,
그리고 한 배 한 배 절을 올리며 지장보살과의 인연에 감사를 드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진한 눈물이 솟구치면서 업장의 밑바닥이 뚫어지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지장보살이 꿈속에 나타나 가피를 내린다.

그런데도 기도를 하는 많은 이들은 참회와 감사보다는 매달리기에 급급하다.
물론 간절히 매달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받고 있는 고난의 원인이 죄업인 만큼, 참회하고 반성하고 감사하면서,

스스로가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기적인 기도보다는 참회하고 감사하고 새로운 원을 담아야, 새로운 삶이 싹트는 것이다.

정녕 기도하는 이라면 '잘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쉽게 나와야 한다.
그 다음에 '~하여 주소서' '~살겠습니다'라는 기원과 맹세가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기도 앞에는 어떠한 고난도 녹아 내리고, 어떠한 어려움도 자취 없이 사라진다.
정녕 '참회와 감사'가 기도성취의 비결이거늘, 지장기도를 하는 이들이 어찌 이를 마다할 것인가!

한 분을 원불로 삼아 한결같이

이제 이번 호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불자들이 갈등을 일으키기 쉬운 한 가지 사항에 대해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우리 불자들은 흔히, 죽은 다음 극락에 태어나려면 아미타불을 믿는 것이 가장 좋고,
현실의 고통을 없애려면 관세음보살을 찾는 것이 좋으며,
병을 낫게 하려면 약사여래, 영가를 천도하려면 지장보살이 으뜸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관세음보살을 신봉하다가도 늙으막에는 나무아미타불을 부르고,
영가천도를 한다면서 지장보살을 찾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불보살의 세계는 하나로 통한다.

아미타불을 염한다고 하여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관세음보살을 의지한다고 하여 영가천도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지장보살을 신봉했다고 하여 극락에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당나라 때 화주(華州) 혜일사(慧日寺)의 법상(法尙) 스님은 원래 사냥을 즐겼으나,
지장보살의 가피를 입어 사냥도구를 모두 버리고 37세의 나이로 출가하였다.
그리고 78세가 될 때까지 지장보살을 모시고 한결같이 수행하였다.

스님이 입적하기 하루 전인 2월 23일, 지장보살님께서는 모습을 나타내어 말씀하셨다.
"그대는 미륵불께서 이 사바세계에 출현하여 용화수 아래에서 행하시는 3회의 설법 중 제2회에서 도를 깨치게 될 것이다.
이제 그대가 죽게 되면 미륵보살께서 계시는 도솔천에 태어나리라."

"지장보살이시여, 5욕락의 즐거움이 한량이 없다는 천상에 태어나 쾌락을 즐기다 보면,
도를 닦을 생각을 내기 어렵다고 하옵니다. 그렇게 되면 부처를 이룰 날이 아득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그대의 소원대로 하려무나, 그대는 어떠한 정토에 태어나기를 바라는가?"
"저는 물러남이 없이 정진할 수 있는 극락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하옵니다."
"그렇다면 하루 낮 하루 밤 동안 전심전력을 다하여 아미타불을 생각하고 불러라. 원대로 이루어지리라."

법상스님은 지장보살과 나눈 대화를 대중스님들에게 말하고,
하루 밤낮 동안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하였다.
그리고 대중스님을 불러 작별을 고하였다.

"나는 지장보살님의 인도로 원을 이루어 극락정토로 떠납니다.
스님들께서도 잘 정진하십시오."그리고는 합장한 자세로 앉아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입적하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법상스님을 극락으로 인도하신 분이 아미타불이 아니라 지장보살이시다.

좋다는 불보살을 모두 믿고 따른다고 하여 더 큰 소득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한결같은 믿음과 원력과 노력일 뿐이다.
그렇게만 하면 그 어떤 불보살이든 '나'의 소원과 함께 하신다.

그러므로 여러 불보살님 가운데 한 분을 '나'의 원불(願佛)로 삼아, 꾸준히 믿고 염불하고 마음을 닦아 삼매의 힘을 길러야 한다.
누가 어떤 불보살이 좋다는 말에 동요되어 '나'의 원불을 바꾸지 말고, 꾸준히 한분의 불보살을 신봉하기 바란다.

그렇게 한분만 열심히 믿으면 삶의 행복도 영가천도도 극락왕생도 모두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각 신앙을 연계시켜 염불하고 수행하는 방법도 없지는 않다.
처음 믿음을 세울 때는 지장보살을 염하고,

그 다음의 평소에는 관세음보살을,
마지막 회향 시기에는 아미타불을 염하는 것도 좋은 수행법이다.
그러나 잘 지도해 줄 수 있는 스승이 없는 경우라면,
한 분의 원불을 택하여 한결같은 믿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나를 잘 믿어 힘이 생길 때 모든 성취가 '나' 속에 깃드는 것이니,
부디 갈등을 일으키지 말고 지조있는 믿음을 갖기를 간절히 당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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