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지장기도①


성불마저 포기한 대원(大願)의 본존

♣ 불교의 모든 보살 중, 지장보살은 지은 죄의 과보로 죽은 다음 나쁜 세상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구원하고 천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능력을 지닌 분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 많은 불자들은 영가천도와 관련시켜 지장보살을 신봉하는 경우가 많다.

♣ 그러나 지장보살의 구원능력은 영가천도의 범위를 넘어서서 부처가 되지 못한 모든 중생에게 미친다.
그 구원의 손길은 한도 끝도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중생을 부처로 바꾸어 놓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그분을 '대원본존'이라고 칭하셨다.

대원본존 지장보살(大願本尊地藏菩薩)!

♣ 지장보살은 처음 발심한 이래 오로지 중생제도를 위한 힘을 길렀고, 중생을 해탈시키기 위해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 뛰어드는 일조차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분은 고난 속에 빠진 중생을 구하고 중생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성불(成佛)마저 포기한 대원의 본존이시다.

♣ 지금까지 그분이 구한 중생은 가히 헤아릴 수가 없다.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불가칭(不可稱) 불가설(不可說)의 수효라고 한다.
그분은 이미 아득한 세월 전에 부처님과 같은 삼매(三昧)를 증득하고

♣ 무생법인(無生法印:不生不滅의 진리와 하나가 됨)을 얻어 부처님의 경지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분은 '보살'이라는 이름으로 이 사바세계에 남아 오늘도 중생들을 제도하고 계신다
♣ 먼옛날, 서로 이웃한 나라의 두 임금은 정법(正法)의 벗이 되어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 나라 백성들은 여러 가지 악한 일에 깊이 물들어 있었다.
이를 측은히 여긴 두 임금은 여러 가지 방편을 베풀어 백성들로 하여금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였고, 항상 열 가지 선[十善]을 행하여 모범을 보였다.

♣ 어느 날 두 임금은 각각의 원(願)을 발하였다.
"빨리 불도를 이루어 널리 이들 무리를 남김없이 제도하리라."
"죄고(罪苦)에 빠진 이들을 먼저 제도하되, 그들 중 안락을 얻지 못하거나 보리(菩提:깨달음)를 이루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나는 결코 성불하기를 원치 않노라."
이 가운데 성불하여 중생을 구하겠다고 한 임금은 오랜 수행 끝에 일체지성취여래(一切智成就如來)가 되었고, 성불을 원하지 않은 임금은 지장보살이 되었다.

♣ "지장보살본원경"에 수록된 이 전생담(前生談)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지장보살은 부처가 되어도 이미 오래 전에 되었어야 할 분이다.
모든 사람들은 '성불하고 나서'를 강조한다. '성불하여 중생을 제도하리!'
그러나 지장보살은 자신의 성불을 앞세우지 않는다. 자신의 성불보다는 중생의 성불을 앞세우고 있다.
"성불하지 못하는 중생이 있으면 나도 성불하지 않겠다."
이것이 지장보살의 근본 마음이다.

♣ 모든 보살들이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추구하지만, 지장보살만은 상구보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누구보다 빼어난 자비의 힘과 지혜를 갖추었지만, 결코 부처가 되는 데 연연해 하지 않는다. 지장보살의 관심은 중생의 해탈에만 있을 뿐이다.

♣ "지장보살본원경"에 있는 또 한편의 전생담을 음미해 보자.

♣ 아득한 옛날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 한 장자의 아들은 그 부처님을 우러러보면서 생각하였다.
'아! 저 거룩한 모습 속에 천만가지 복이 모두 갖추어져 있구나.'
깊은 감동을 느낀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 "부처님! 부처님께서는 어떠한 행원(行願)을 이루셨기에 지금과 같은 훌륭한 모습을 이루게 되었나이까?"
"이와 같은 몸을 이루고자 하거든, 마땅히 오랜 세월 동안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해 주어야 하느니라."

♣ 그 말씀을 듣고 장자의 아들은 맹세하였다.
"지금부터 미래의 세상이 다할 때까지 아무리 오랜 겁이 될지라도, 죄업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육도의 중생에게 널리 방편을 베풀어 그들을 모두 해탈하게 한 다음에 저 자신이 불도를 이루겠나이다."

♣ 이 이야기에서처럼, 지장보살의 근본 마음은 중생의 해탈에만 집중되어 있다.
'한시바삐 성불하여 부처님과 같은 거룩한 모습을 갖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세상이 다할 때까지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고 그들을 남김없이 해탈케 한 다음 부처가 되겠다'는 원을 발하고 있다.

♣ 이처럼 중생의 해탈에만 초점을 맞추는 지장보살의 근본 서원(誓願)에는 그 어떤 보살의 서원도 미치지 못한다.
그 어떤 부처의 서원도 이를 능가하지 못한다. 서원 중의 서원, 가장 근본이 되는 원, 모든 보살과 부처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본원(本願)'으로 가득 차 있는 분이 지장보살이다.

♣ 대승의 보살이 소승의 수행자와 다른 점은 상구보리(上求菩提:수행을 통하여 더 높은 경지로 향상함)를 추구함과 동시에 하화중생(下化衆生:중생을 돌아보며 중생을 교화함)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해탈이 아니라 '나'보다 못한 중생을 해탈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대승보살의 의무이다.

♣ 하지만 대승의 보살이라 할지라도 하화중생에만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이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의 길을 동시에 걷고자 한다.
그런데 지장보살은 상구보리를 통한 성불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오로지 하화중생의 길만을 걷는다.
중생의 해탈과 성불! 그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다.
그야말로 자신의 성불을 위한 상구보리의 길을 포기 한 분이 지장보살인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성불을 포기하고 하화중생, 중생의 고난해소와 성불에만 마음을 쏟는 지장보살을 향하여, 그 어느 누군들 '대원의 근본 스승[大願本尊]'이라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지장이 된 한 소녀의 선행과 발원
대원본존 지장보살! 하지만 모든 중생의 고난을 없애주고 성불의 길로 인도하는 이 위대한 지장보살도 아득한 그 옛날에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존재에 불과했다.
미혹하고 고통받는 한 중생일 뿐이었다.

♣ 그런데 어떻게 엄청난 신력(神力)과 자비(慈悲)와 지혜(智慧)와 변재(辯才)를 갖춘 대원의 본존으로 탈바꿈한 것일까?
그 시작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 아주 오랜 옛날의 일이다. 각화정자재왕여래(覺華定自在王如來)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 한 바라문 집안에 18세의 꽃다운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숙세(宿世)에 깊고 두터운 복을 심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경과 사랑을 함께 받았다.

♣ 소녀의 아버지인 시라선견(尸羅善見) 또한 불교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 삼보(三寶)를 철저히 공경하고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삼학(三學)을 부지런히 닦다가, 수명이 다하여 하늘나라[天上]에 태어난 지가 오래 되었다.

♣ 그러나 소녀의 어머니 열제리(悅帝利) 부인은 달랐다. 삿되고 방탕한 생활에 빠져 인과(因果)의 이치를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불교에 대한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

♣ 어느 날 열제리 부인은 술에 취해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혈관이 터지고 전신의 골절이 꼬여드는 고통에 빠져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어머니마저 잃은 슬픔과 외로움이 뼛속 깊이 사무쳐 흐느껴 울던 소녀의 머리 속으로, 불현듯 한 생각이 꿰뚫고 지나갔다.

♣ "우리 어머니의 혼령(魂靈)은 어느 곳으로 태어났을까?"
평소 바른 삶과 바른 신앙과는 거리가 먼 분이셨으니 결코 좋은 세상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소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 소녀는 부모님이 남긴 모든 재산을 팔아 어머니를 위한 재(齋)를 올리기로 하였다.
꽃과 향, 여러 가지의 의복과 음식과 탕약을 마련하여 각화정자재왕여래가 계신 절을 찾아 길을 떠났다.

♣ 그러나 그날 따라 길거리에는 수많은 걸인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아픔의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자도 있었다.
소녀의 맑은 마음에는 그들의 고통이 그대로 비춰지고 있었다.

♣ '중생공양(衆生供養)이 제불공양(諸佛供養)이라 하셨으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이 아름다운 소녀는 배고픈 사람에게는 음식을 주고,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는 옷을, 병고에 시달리는 자에게는 약을 주며 위로하였다.

♣ 그러나 길은 멀고 사람은 많았다.
전재산을 처분하여 마련한 음식과 옷과 약이었지만 어느덧 바닥이 보이고 말았다.
소녀는 마침내 입고 있던 옷까지도 모두 벗어주어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 소녀는 어느 구덩이 속에 들어가 벗은 몸을 가리고, 유일하게 남은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며 기도하였다.
"각화정자재왕여래시여, 이제 소녀는 더 이상은 감히 부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고 구제할 자를 구제하여, 저의 이 조그마한 정업(淨業)을 헛되지 않게 하옵소서. 어머니의 혼령을 위해 자비를 베푸시고, 그 태어난 곳을 알게 하여 소녀의 괴로움을 그치게 하여 주옵소서."

♣ "착하다. 성녀여. 18세 처녀의 몸으로 옷을 벗어 걸인에게 주고, 벗은 몸을 흙 속에 갈무리하였으니 누가 너를 보살(菩薩)이라 하지 않겠느냐! 내 너의 공양을 달게 받고 너의 소망을 성취시켜 주리라."

♣ 이 때부터 성녀는 지장보살(地藏菩薩:땅 속에 몸을 갈무리한 보살)이라고 불려졌다.
그 뒤 소녀는 각화정자재왕여래의 인도로 지옥이 있다는 대철위산 서쪽의 '중해(重海)'라는 바닷가에 이르게되고, 그곳에서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 중생의 모습과 지옥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 아울러 소녀의 공덕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각화정자재왕여래가 3일 전에 이미 무간지옥(無間地獄)에 오셔서, 어머니뿐만 아니라 함께 고통받던 죄인들을 모두 구제하여 하늘 나라에 태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옥에서 나온 소녀는 다시 각화정자재왕여래에게 나아가 원을 세웠다.

♣ "맹세하오니 저는 미래의 시간이 다할 때까지 죄고(罪苦)에 빠진 중생이 있으면 마땅히 널리 방편을 베풀어서 해탈케 하오리다.
맹세하오니 죄고를 받는 육도중생(六道衆生) 모두를 해탈케 한 다음, 저는 성불(成佛)할 것이옵니다."
이분이 대원(大願)의 본존(本尊)인 지장보살이시다.

♣ 지장의 원과 함께 하는 불자

♣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어버린 18세의 꽃다운 소녀는 모든 유산을 처분하여 어머니의 천도재(薦度齋)를 준비하였다.
꽃과 향, 음식, 의복, 탕약 등을 마련하여 부처님께로 나아가던 소녀는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자 자비심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 소녀는 무조건 베풀었다.
배고픈 이에게는 음식을, 추위에 떠는 이에게는 옷을, 병든 이에게는 약을 주었다.
전재산을 처분하여 마련한 재물(齋物)은 곧 바닥이 나고 말았다.

♣ 마침내 입고 있던 옷까지 다 벗어주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자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벗은 몸을 숨긴 소녀! 이 소녀의 맑고 깊은 마음과 기도는 그대로 부처님께 전해져 부처님께서 그 앞에 모습을 나타내셨고, 소녀의 소원을 모두 성취시켜주셨다.

♣ 소녀의 착한 마음 씀씀이.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세상을 바꾸고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맑은 마음, 순수한 마음이 세상을 바꾸고 '나'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 흔히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왜 많이 벌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 남을 돕기 위해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것, 참으로 좋은 뜻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와 같은 뜻을 세우고 피땀 흘려 부자가 된 다음에는 오히려 베푸는 데 인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왜냐하면 돈을 모으기 위해 돈에 너무 집착하고 사로잡혀 살았기 때문이다.
누구든 마찬가지이다.
돈벌이에 집착하여 돈 모으는 재미에 빠져버리면 돈에 사로잡혀 마음이 탁해지고, 마음이 탁해져버리면 잘 베풀 수가 없게 되고 마는 것이다.

♣ 그러므로 남을 돕고자 한다면 넉넉하지 못할 때의 맑은 돈[淨財] 한푼 한푼을 정성으로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이라야 부자가 된 후에도 잘 베풀 수가 있다.
오히려 부족한 듯 할 때 맑은 돈을 보시할 수 있고, 어려울 때 마음을 넉넉하게 써야 선행의 공덕이 더욱 크게 쌓이는 것이다.

♣ 돈뿐만이 아니다. 병이 든 사람은 '병이 낫고 나면 좋은 일을 하겠다'고 하고, 고난에 처한 사람은 그 난관이 극복되고 나면 좋은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병이 낫고 고난을 극복한 다음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예상 밖으로 드물다.

♣ 정녕 좋은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으면 병든 그 몸으로, 고난에 처한 그 환경에서 능력 닿는 대로 좋은 일을 시작하여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 좋은 일을 하고자 원을 발하고 실천에 옮기는 그 마음가짐과 자세야말로 현재의 어려움을 녹이는 원동력이 된다.

♣ 바로 그 원력과 실천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고, 한량없는 공덕을 '나'에게 안겨준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 다시 소녀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걸인들을 보자 측은함을 억제할 수 없어 음식과 옷과 약을 나누어주었던 그 착한 소녀. 어찌 그 소녀가 어머니의 천도재를 망각하였겠는가?

♣ 하지만 소녀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맑은 마음으로 마냥 베풀었다.
조건 없이 집착 없이, 오로지 순수한 사랑으로 샘솟는 자비심으로 베풀었기 때문에 소녀는 지장보살로 탈바꿈하였고,

♣ 마침내는 써도 써도 다 쓸 수 없고 베풀어도 베풀어도 모자람이 없는 복덕(福德)을 모두 갖춘 대보살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지장보살은 자신의 성불(成佛)을 모든 중생의 성불 이후로 미루어버렸다.

♣ "맹세하오니, 죄고(罪苦)를 받는 육도 중생 모두를 해탈케 한 다음 저는 성불할 것이옵니다."

♣ 원(願)! 이 세상의 소원 중에서 이보다 큰 원은 없다.
불교의 최고 목표인 성불도 마다하고 중생을 해탈시키겠다는 지장보살의 근본 원력!
여기서 잠깐 불자들이 일상으로 외우는 사홍서원(四弘誓願)을 살펴보자.

♣ 가없는 중생을 맹세코 건지리다[衆生無邊誓願度].
끝없는 번뇌를 맹세코 끊으리다[煩惱無盡誓願斷].
한없는 법문을 맹세코 배우리다[法門無量誓願學].
위없는 불도를 맹세코 이루리다[佛道無上誓願成].

♣ 가없고[無邊] 끝없고[無盡] 한없고[無量] 위없는[無上] '그 무엇'을 맹세코 하겠다는 불제자들의 서원. 가없기에 도저히 다 건질 수 없는 중생, 끝이 없기에 끊어도 끊어도 일어나는 번뇌. 그런데도 불자들은 '맹세코 하겠다'고 말한다.

♣ 이런 모순이 어디에 있는가?

♣ 그러나 이것이 모순이요, 이율배반이요, 거짓말일지라도 우리 불자들은 마땅히 하여야 한다.
가능하기 때문에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참된 보살의 길이요,

♣ 마땅히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마냥 나아가는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그 길. 비록 불가능할지라도, 지장보살은 시작도 끝도 없는 중생제도의 길 위로 한결같이 나아간다.
이것이 지장보살의 소원이요, 생활이다.

♣ 우리는 그 어떤 성취에 앞서 한결같이 나아가는 지장보살의 대원과 마음씀을 먼저 배워야 한다.
지장보살처럼 중생 모두에게 힘을 기울이지는 못할지라도, 스스로가 깊은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살리는 원을 세우며 살아야 한다.

♣ 가정과 환경이 '나'를 위해 존재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주위를 살리는 '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기도를 올리면서 원을 발하여 보라."가족이나 이웃의 고통과 재앙은 저에게 주시고, 제가 받을 복은 가족과 이웃에게 돌려주십시오."

♣ 이렇게 좋은 복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돌리고 고통은 내가 짊어지겠다는 원을 세우며 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부처님의 제자요, 법왕자인 보살이다.
물론 이러한 원을 세우라고 하면 먼저 두려움부터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 "이렇게 원을 세우고 기도하면 나만 불행해지고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지장보살을 보라. '나'를 잊고 남을 위하는 마음만을 가졌기에 써도 써도 다함이 없는 복전(福田)을 일구었다.
그 복은 단순한 인과의 복이 아니다. 대우주의 복, 대우주에 가득 충만되어 있는 복 그 자체이다.

♣ 그러므로 누구든지 자신의 이기심이나 눈앞의 이익을 다르지 않고 대원을 마음에 품고 살면, 가족은 물론이요 '나'에게도 흠뻑 복이 찾아들게 된다.
왜냐하면 대원이 강하면 강할수록 불행의 원인인 이기심이 그만큼 빨리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 '나'의 이기심이 잣아들고 '나'의 벽이 무너져 내리면 대우주의 무한 행복은 저절로 '나'에게 깃들게 되는 법! 이 원리를 깊이 명심하여 맑고 밝고 깊이 있는 불자가 되도록 노력해 보라.

♣ 비록 넉넉하지는 않지만 능력껏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사람,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우울해지거나 역정을 내기보다는 명랑함과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었을 때 인과법을 생각하며 능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조급하게 나아가기보다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보라.

♣ 이렇게 마음을 넉넉하게 쓰는 사람에게는 만복(萬福)이 저절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마음을 잘 써서 손해볼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난다고 하여도 기껏 지난 세상의 빚을 갚는 것일 뿐이다.

♣ 인생살이란 결코 손해보는 장사도 남는 장사도 아니다.
본전 놓고 본전을 먹는 장사일 뿐이다.
부디 지장보살의 본원을 마음에 품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나'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남을 살리는 원을 키우며 살아가자.

♣ 원(願)은 마음가짐이다.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여 꾸준히 나아가면 힘[願力]이 생기고, 힘이 생기면 능히 자유자재로 베풀 수 있게 된다.

♣ 하지만 대원을 한번 발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아니된다.
거듭거듭 발하고 또 발하여, 대원에 걸맞는 힘이 생겨날 때까지 발하여야 한다.

♣ 한 방울의 물은 힘이 되지 못하지만, 방울방울의 물이 모이고 또 모이면 큰 강과 바다가 되며, 강이 되고 바다가 되면 능히 만물을 포용하고 살릴 수 있으니. 한 방울의 물과 같은 우리의 원도 거듭 거듭 발하면 마침내는 지장보살과 같은 대원의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밭에 원의 씨를 심어야 한다.

♣ 지금 사랑 속에 있으면 서로를 살리는 사랑을 더욱 키워가고, 행복 속에 있으면 행복을 나누어주고, 슬픔과 불행 속에 있으면 슬픔과 불행을 넘어서는 대비원(大悲願)을 일으키며 살아가야 한다.
부디 명심하라. '나'의 이기심과 '나'의 벽을 무너뜨려 '나'를 맑히고, 가정과 이웃을 살리고, 뭇 생명 있는 이들을 살리는 원(願) 속에서 살 때, 대우주에 가득 차 있는 행복과 해탈의 기운이 '나'의 것으로 된다는 것을.
♣ 또한 이것이 소녀 지장보살의 최초 발심 이야기가 가르치는 바요, 행복과 해탈을 찾는 우리 불자들이 살아가야 할 모습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인과의 법칙 속에서 보면 누가 어떻게 살든 인생은 어차피 본전 놓고 본전 먹기! 마음밭에 씨 심은 대로 결실을 거둘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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