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산 재 (靈山齋)


Ⅰ. 영산재(靈山齋)의 의미와 기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재의식(齋儀式)을 성대하게 베풀어 온 국가로, 특히 죽은 이를 천도하기 위한 천도재를 많이 행하여 왔다.
오늘의 영산재는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 각배재(各拜齋) 등과 같이 영혼천도의식(靈魂薦度儀式)의 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지만, 원래의 영산재는 영산법회를 상징하는 불교의식을 뜻한다.


영산재란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의 설법모임을 뜻하는 영산회상을 상징화한 의식의 한 형식이다. ‘영산회상의 상징화’란 석가모니불의 설법장에 모인 모든 중생이 환희심을 일으키고 법열에 충만된 분위기를 오늘에 재현한다는 구성 내용을 말한다.
그런데 영혼 천도의식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불사 의식에서도 영산 법회를 상징한 의식을 행하면 영산재라 부르고 있다.


영산재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영산재를 구성함에 있어서 기본 요건이 되는 범패(梵唄)는 『삼국유사』나 쌍계사 진감국사 비명을 통해서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영산재의 목적이 되는 영혼 천도 등의 불교 의례도 이미 신라시대부터 있었음을 『삼국유사』의 월명사조(月明師條)나 『조선 금속총람』지각대사입당구법순례행기 등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오늘에 전하는 영산재의 구성 내용은 조선 중기에 증보 편찬된 『범음집(梵音集)』에 영산재의 절차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의 부분적인 요소들이 『고려불 적질(高麗佛籍秩)』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의식불교(儀式佛敎)이 가장 성행했던 고려시대에도 영산재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영산재는 ‘영산작법(靈山作法)’으로도 불리며, 지난 1973년 11월 5일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어 문화재청으로부터 기능보유자를 지정받고 있다.
(※ 현재 문화재청으로부터 영산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분은 봉원사 구해스님이 유일하다. 가장 높은 보유자 외에 준보유자, 전수교육보조자, 전수교육평가대상자,이수자, 전수생 등의 직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음악에 해당하는 범패와 작법, 도량을 장식하는 장엄부문으로 구성되어 매년 서울 봉원사에서 거행되고 있다.
(※ 영산재의 구성부문 - ① 범패 ② 작법 ③ 장엄)
Ⅱ. 천도의식과 영산재


영혼천도의식이란 영가(靈駕)의 구제를 위한 의식이다.
사람이 죽은 지 49일 만에 거행한다고 하여 사십구재(49齋)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의식을 거행 하게 된 기원은 『지장경(地藏經)』에 설해진 내용에 의거한다. 지장보살은 지옥 중생을 모두 구제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고 서원한 보살로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이익존망품(利益存亡品)에서 지옥에서 구제되는 길을 말하고 있다. '염부 중생이 만일 그 부모 또는 권속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뒤에 재를 베풀어 공양하되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껏 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사람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 이익을 얻으리라.'
49재를 올리게 되면 망령의 구제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권속까지 복을 받게 된다고 하였다.


영혼 천도 의식인 49재는 그 규모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눈다.


1. 상주권공재 (常住勸供齋) : 가장 작은 규모의 기본 형식.
사십구재의 기본형으로, 불보살을 모신 상단(上壇)을 중심으로 재(齋)를 올리고, 이어서 죽은이의 제사인 관음시식(觀音施食)을 행한다.


2. 대례왕공재 (大禮王供齋) : 일명 각배재(各拜齋), 시왕각배재(十王各拜齋)라고도 하며, 상주권공재 외에 명부시왕단(冥府十王壇)을 설치하여 명부의 시왕에 대한 의례를 행한다. 밤에 행하기 때문에 야재(夜齋)라고 한다.


3. 영산재 (靈山齋) : 상주권공재의 기본 요소를 확대하여 영산회상(靈山會上), 즉 석가모니불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때의 모임을 상징적으로 재현한다.
대규모의 의식으로 낮에 행하기 때문에 주재(晝齋)라고 한다.


4. 영산각배재 (靈山各拜齋) : 밤과 낮에 걸쳐 영산재와 각배재를 함께 지내는 재로 가장 큰 규모의 재의식이다.


이들 네 가지를 비교해 보면 상주권공재가 기본적으로 불보살을 중심으로 한 것이라면, 대례왕공재는 시왕신앙(十王信仰)을 수용한 것이고, 영산재는 법화신앙을 강조하여 의식 도량을 법화경의 설법 장소인 영산회상으로 재현하여 죽은 이의 영혼을 천도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들 유형의 의식 절차는 매 7일째마다 행하는 것이 아니라 6재까지는 일반적인 간단한 의식으로 행하고, 마지막 재인 7재 때 유가족의 희망에 따라 세 유형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된다.
이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장엄한 것이 영산재와 영산각배재이다.


Ⅲ. 영산재의 구성


영산재는 안차비와 바깥차비로 구성된다.
안차비는 순수한 불교 의식 절차이고, 바깥차비는 대중적이고 토속적이며 재래의 전통 문화적 요소를 많이 가미한 의식 절차이다.
안차비에서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의식 무용이 없으며 의식을 진행하는 구성인도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의식을 거행하는 장소도 대체로 법당 안인데 이는 경건한 분위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바깥차비는 안차비와는 달리 밖에서 진행됨이 특징이다. 밖에는 법당처럼 부처님이 모셔져 있지 않기 때문에 괘불을 모셔 놓고 의식 도량을 상징화하는 야외 법당을 마련한 뒤 많은 장엄을 하고 의식을 진행한다. 또한 바깥차비는 많은 시청각적 효과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면 야외에서는 소리가 보다 더 큰 바깥차비 소리로 해야 하기 때문에 악기의 반주가 필요하다든지 그와 곁들여서 의식 무용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바깥차비에서는 안차비에서 볼 수 없는 삼현육각(三絃六角) 등의 악기 연주와 그에 대응하는 의식 무용으로 법고춤, 나비춤, 바라춤 등의 의식 무용을 곁들인다. 영산재는 바깥차비이되 안차비와 바깥차비를 동시에 지닌 의식이다.
(※삼현육각(三絃六角): 피리2, 대금1, 해금1, 장구1, 북1의 6개의 악기구성)
거불(擧佛), 삼보소(三寶疏), 대청불(大請佛), 삼례청(三禮請)까지의 순서는 영산재에 있어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불, 보살의 위목을 일일이 들고(거불), 영산재를 열게 된 취지를 아뢰고(삼보소), 신앙의 대상이 되는 불ㆍ보살을 의식 도량에 강림하시도록 청하는 의식(대청불, 삼례청)이다.
위와 같은 절차를 안차비로 진행하면 목탁을 두드리거나 요령을 흔들면서 법주와 바라지가 안차비 소리로 독송하면서 진행한다.
그러나 바깥차비로 진행하면 같은 의식 절차로 진행하되 불ㆍ보살의 위목을 바깥차비 소리 곧 범패 짓소리로 하고 태징, 북, 호적(胡笛:태평소) 등의 악기를 반주하며 바라춤과 나비춤을 추게 되어있다.
안차비는 내용 면에서 순수 불교적인 것이로 성격적인 면에서 의식 절차의 골격을 이루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바깥차비는 안차비의 골격을 더욱 장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깥차비의 영산재는 화려하고 구성진 내용을 지니며 불교 의식 절차를 각본으로 한 가극의 성격도 지닌다. 특히 범패는 악기의 반주와 의식무용 까지를 합하여 연출하는 종합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Ⅳ. 영산재의 진행절차


영산재의 순서는 [안차비] 시련(侍輦)-대령(對靈)-관욕(灌浴)-신중작법(神衆作法)[바깥차비] 괘불이운(掛佛移運)-상단권공ㆍ영산작법(上壇勸供ㆍ靈山作法)-시식(下壇施食)-봉송(奉送)-소대의식(燒臺儀式)-식당작법(食堂作法) 등과 같이 진행된다.


1. 시련(侍輦) : 영산재 도량에 불, 보살, 옹호신중(擁護神衆), 영가를 봉청(奉請)해 모시는 의식으로, 대중이 연(輦)을 들고 절입구로 나아가 나무대성인로왕보살(南無大成引路王菩薩)의 인도로 재 도량으로 모셔오는 의식이다.
2. 대령(對靈) : 재대령(齋對靈)이라고도 부르며, 영혼에게 간단한 법식(法食)을 베푸는 것으로, 베풀시(施)ㆍ밥식(食), 시식이라고도 한다. 시식은 상단권공전 시식과 권공후 영가에게 베푸는 시식, 그리고 영반(靈飯) 등 크게 셋으로 나눈다. 여기에서 진행되는 재대령의식은 상단권공전시식 절차로 영가를 청해 모셔와 상단권공에 들어가기 전 공양을 베푸는 의식이다.
3. 관욕(灌浴) : 영혼(영가)이 불단에 나가 불법을 듣기 전에 사바세계에서 지은 삼독(三毒:탐 진 치)으로 더럽혀진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아드리는 의식이다.
4. 신중작법(神衆作法) : 불ㆍ보살을 청하여 불법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하여 먼저 도량을 청정하게 한다는 의미로 행한다. 수호신인 사천왕등의 각종 신중을 의식도량에 청하여 공양을 권하고 도량청정을 발원한다.
5. 괘불이운(掛佛移運) : 큰 법회나 의식을 거행할 때 법당 안에서 행사하기에 협소함으로 야외에 특별히 법당을 만들기 위한 의식이다.
6. 상단권공ㆍ영산작법(上壇勸供ㆍ靈山作法) : 위의 의식 절차가 끝나면 비로소 불, 보살을 청정도량에 청하여 공양을 권하고 불법을 들어 가피력을 입을 것을 발원하게 된다. 이 상단 권공이 영산재의 핵심을 이루는 절차이며 절정을 이루는 장면이 된다.
7. 시식(施食) : 영혼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제사 의식 절차이다. 상단 권공은 불단 앞에서 행하나 시식은 별도로 마련된 영단 앞에서 행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제사 의례에 해당하는 의식 절차이다.
8. 봉송(奉送) : 영산재의 의식 도량에 초청된 불, 보살, 수호신, 영혼 등을 돌려보내는 의식이다. 불ㆍ보살, 수호신으로서의 신중, 영혼 등의 순서로 봉송한다.
9. 소대의식(燒臺儀式) : 의식에 사용된 영혼에게 입힌 옷가지와 갖가지 장엄용구 등을 불사르는 의식이다. 구상화된 모든 물건은 다시 공(空)의 상태로 돌아간 것임을 상징한다.
10. 식당작법(食堂作法) : 영산재를 마친 후 영산재에 참여하였던 대중들이 대중공양을 하면서 행하는 공양의례(식사의례)로 불교의 생명관에 의한 공양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의식이다.(재(齋)의 원래의미는 공양이다.)
상단 권공에 올렸던 공양물을 대중이 다 같이 나누어 먹음으로서 상단권공의 공덕을 대중이 함께 갖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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