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입산할때 친구들에게 보냈던 글귀입니다)

 

"어디 ?  절에? 거기 머다로 갔는데? ㅋㅋ"
"집에 무슨 문제가 있나? ㅠㅠ"
"일이 잘 안돼서 도피했나? ㅎㅎ"

이런저런 연락이 쏟아집니다
평소 개인사나 가족사에 별 관심없던 분들이야 당연한 질문이구요

 

하지만 나름대로 잘 안다던 오랜지기나 친구들
심지어 안밖 사정을 잘알고 지내던 놈들까지
이런 저런사정 모르는 말들을 던질때에는 참 곤혹스럽더군요

 

-에라 꼭 무슨 사정있어야 이런데 오나?-

 

궁금한 내용에 대해 해줄 말은 많지만
한편으로는 참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예전....

 

스무몇살 시절에 배낭하나 달랑매고
지리산 하고도 천황봉 바로 아래서 

객기 부리며 도닦는답시고
사는게 뭔지 ...
어떻게 살아야 하는건지 ...
이고민 저고민  번뇌의 짐을 벗어 볼려던 철없던 객기가 생각납니다.

 

산사의 아침....


오늘 이자리의 나자신도 결국 지나면 철없는 객기일 뿐이지 않을까?
수없이 되묻고 번민합니다.


청춘의 방황기 홀로 산에 오르며
남도땅 영암 월출산 자락 이름없는 산사에서
보내던 삼년여가 또 머리속을 휘감습니다.

 

잔설날리며 찬바람 불던 그 산자락 한구석에서
얼은 손 후훅 불어가며 책갈피 뒤적이며
인생과 도와 철학이라는 거창한 주제에 어슬픈 발걸음 내딛었습니다.

 

저 넘실거리는 강물은 거침없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바다로 내달려야 비로소 강입니다.

 

고이지 말자..고이면 썩어 죽는다.

 

내 자신 물이라는 팔자타령을 늘어 놓으며 수없이 되뇌였습니다.

 

한동안 잊었던 그 병이 다시 도졌습니다.

 

사는게 이게 무언가?
이게 내가 바라는 행복인가?
도대체 나는 무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지금 아니면
영원히 찾을수 없을것 같았던 절박함으로
마침내 결단했습니다.

 

나이 먹어 더이상 결단할 능력조차 상실할 것 같은 두려움을 벗고
바쁜 세상살이 미련에 빠져 삶의 노예가 되기전에


내 자신과 또 내주변 아는 모든 이들이
영원히 평안할 수 있는 절대 행복을 찾아 보자고....
설레지만 두려운 걸음 다시 내딛었습니다.

 

손때 묻은 책가지 나부랑이 오늘도 뒤적입니다.
가을바람에 낙엽이 하나 둘 떨어져 날리는
요사체앞 세상번민도 하나둘 날리어 사라집니다.

 

스님을 아는 모든 친구님들께 말합니다.

 

"세상이 변해도 너희는 변하지 말거라"

 

가을지나면 겨울오고
겨울지나면 봄오듯이...

 

겉두리 옷가지 나부랑이는 변해도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서 언제나 그자리인
이 대 자연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을 확신합니다.

 

또 이가을 지나고 올 겨울까지 ...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 아름다운 산사에서 잠시나마
모든 세상 즐거움과 번민을 묻어 두고 갈라고 합니다.

 

맛있는 차한잔 하시고

세상 사는 얘기 함께 나누실 분들은
언제든지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를 알고 계시는 모든 인연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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