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성도하시고 신은 없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 당시 인도는 수많은 신들이 결집된,
신의 천국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시대입니다.
신은 없는 것이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지구상에
약 300종류의 종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불교만이 신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무신론적 종교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불교는 인간 중심의
종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으로 깨달아야만 되겠습니다.

화장 후 무엇이 남나


인간은 이중구조적입니다. 인간의 실체는 육신과 마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육신은 숨 한번
들이쉬었다가 내뱉지 못하면 그 자리가 바로 저승이요
죽음입니다. 옷을 벗기고 찬물에 몸을 깨끗이 씻겨서
수의를 입히고 새끼줄로 꽁꽁 묶어서 관 속에 집어넣습니다.
그 관을 상여에 올려놓고 다비장으로 갑니다. 짚더미처럼
쌓아 놓은 화장 나무 위에 관을 내려놓고 불을 지릅니다.
훨훨 탑니다. 약 4시간 이상을 타고 나면 쌓였던 화장 나무도,
관도, 이 곱던 얼굴도, 딱딱한 뼈도 다 타 버리고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남는 것이 있다고 하면 아직 으스러지지
않고 있는 뼈의 숯덩어리 몇 개입니다. 다비장 주위의
싸리나무 두개를 약 50cm길이로 꺾어서 그걸 젓가락 삼아 숯을
줍습니다. 널따란 곳에 쏟아놓고 큼직한 돌멩이로 곱게
빻습니다. 밀가루 같이 빻아진 이 뼛가루를 한약봉지 4장을
마련해서 똑같이 넣습니다. 그것을 산이나 들이나 물가에서
동, 서, 남, 북 사방을 향해 뿌립니다. 뼛가루를 담았던
4장의 한지도 불에 태워 버립니다. 한 인간이 이 세상에
왔다간 자취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있다고 하면 오직
허공(虛空)만이 남겨집니다.

이게 바로 우리 인간의 육신이 한 생을 살다 간 결과입니다.
이게 진짜 나라고 한다면 이같이 공으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어느 것이 진짜 나입니까?

이 육신을 끌고 다니는 한 물건이 있습니다.
그게 진짜 나입니다. 그것을 진아(眞我)라고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통칭 마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은 어떻게 생겼느냐. 무상(無狀) 무모(無模)라.
형상도 없고 모양도 없다. 그러면 마음은 어느 곳에 있느냐.
마음이라고 하는 물건은 ‘있다’, ‘없다’라는 개념을
초월한 물건입니다.

형상도 없는 이 물건을 어떻게 찾아서 깨쳐야 되느냐?
옛 조사들이 말씀하시기를,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잡으려고
하면 영원히 깨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물은 모든 물건을
다 씻어주고 적셔 줍니다. 하지만 물이 물 자체는 씻을 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은 마음으로 찾을 수 없는 것이 바른 원리입니다.
진짜 나를 확인하는, 부처의 마음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이요, 재가신도나 출가자의 본분사입니다.
이것을 찾아서 확인하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타향살이입니다.
마음의 고향을 찾지 못하고 그 주위를 빙빙 돌며 영원한
이산가족, 영원한 거리의 객이 되고 맙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기도


육도윤회에서 훌쩍 벗어나 대자유인이 되라는 것을 부처님과
조사들께서 늘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듣는
말이니까 면역이 되고 그저 그런 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성찰하고, 신심이 떨어지면 또 신심을 발휘하고,
원력을 세워야 합니다. 이렇게 방편으로 부처님을 모시고,
마음을 깨쳐라, 기도를 해라, 주력을 해라, 참선을 해라,
간경을 해라고 격려하고 재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장기도는 자기 마음이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100일 기도 중
그동안 엄청나게 기도를 많이 했다고 생각 할 겁니다.
머릿속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로 가득 찬 것 같지만
엉망진창입니다. 갖은 번뇌, 망상, 잡념으로 꽉 차서 한 번도
쉬지 않아요. 진정으로 기도답게, 간절하게,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에이는 그러한 마음으로 기도한 시간은 얼마나 되느냐.
10분의 1도 100분의 1도 안될 겁니다. 그렇게 기도를 해서
뭘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요, 염치없는 짓입니다.

기도를 하되 간절히 열심히 하세요. 기도해서 이뤄지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모두 다 이루어집니다. 이 우주법계도 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허공에서 달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고 해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나무가 거꾸로 넘어지거나 물이 위로 솟는
이변을 낳지 않습니다. 이 세상 모든 중생이 다 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가는 겁니다.
기도는 거의 원초적이요 본능적인 겁니다.

어린 애들은 말을 못하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웁니다. 그러면 자기 어머니 아버지가 그것을 알고
젖도 주고 물도 줍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기도를 한다는
겁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전전긍긍합니다. 무사히, 잘 살게
해주십시오. 돈도 잘 벌게 해주십시오. 그 마음의 발로가
기도입니다. 일생을 기도로 사는 겁니다. 죽어 갈 때도,
내가 죽거들랑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해주십시오.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런 마음을 갖습니다. 그 마음이 바로
기도입니다. 그런데 일생을 기도로 살아가면서도,
정식을 갖추고 기간을 정해서 지장기도라는 명목을 지어놓고도
그냥 왔다갔다만 합니다. 그렇게 해서 소원성취가 안되면
부처님 원망하고 스님들을 원망하면서 다시 업을 짓습니다.

달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기도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은 경건합니다. 기도를 하는 것이 바른 인생의
길이고 부처님이 말씀하신 성인의 길입니다. 기도는
스님들의 수행과 똑같습니다. 스님들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출가했습니다. 그것은 오직 진짜 나를 깨쳐서 성불하겠다는 것,
모든 고통을 다 여의고 생사에 자유자재한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하늘에서는 뙤약볕이 내리고 이 길은 머나먼
사막입니다. 가다가 넘어질 수 있습니다. 복병도 있습니다.
폭풍이 불기도 합니다. 그것을 끝까지 극복해야 합니다.
옆에서 누가 구해 줄 수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길을 6년 동안 달렸습니다.

머리 아닌 가슴으로 기도해야


여러분도 기도할 때 그런 마음으로 해야 됩니다.
편안하게 잡념 망상을 통해서 기도한다면 100일 해도
1000일 해도 아무 성취가 없습니다. 이번 기도에서 작심하고
과거 잘못은 탁탁 털어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남은 기간이라도 한번 열심히 해보십시오. 한 생각으로
집약시켜서 생명을 걸고 모든 것을 투자해서 한번 죽을
각오를 하고, 그렇게만 해 보십시오.

 

기도만 잘하면 안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기도를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생각은 지식이요,
철학입니다. 종교는 경험입니다. 아무리 이론으로, 책으로
기도의 가피를 안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겁니다.
남의 자서전을 읽는 것과 똑같습니다. 경전도 조사어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직접 지장기도를 실천해야 됩니다.
그래야만 뼈가 되고, 살이 되고, 생명이 되고, 지혜가 되고,
거기에서 소원성취라는 꽃이 피게 됩니다. 더 나아가면
성불해서 부처가 됩니다.

지장보살님은 차별이 없습니다. 너는 미우니까 소원성취가
늦을 거다. 너는 예쁘니까 소원성취가 빠를 거다.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바닷물의 주인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많이 떠갈수록 자기 것이 됩니다. 정성과 신심을 다하십시오.
경건한 모습과 자세를 갖추십시오. 그리고 법회뿐만 아니라
100일 동안 언제 어디서나 지장보살을 꽉 안고 놓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하십시오. 그러면 당당하게, 멋있게, 신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부산=주영미 기자


이 법문은 8월 22일 범어사 설법전에서 봉행된
‘지장 100일 기도 및 고승대법회’ 7재 법석에서 법주사
회주 혜정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혜정 스님은

1933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19살 때 예산 수덕사에서
금오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1962부터 1983년까지
제1대부터 8대에 이르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1972년 중앙종회 부의장, 1977년 총무원장을 지냈다.
법주사 주지와 율주를 역임한 스님은 현재 법주사 회주로
후학을 제접하고 있다. 스님은 2003년 원로의원으로
추대됐으며 2005년 조계종 법계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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