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재일과 지장기도의 개념

금일 지장재일을 맞아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장기도라 하면 우선 지장기도에 대한 개념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왜 지장기도를 해야 하나 하면, 우리의 기초와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조상이 바로 뿌리요, 기초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공사를 하다보면 기초공사가 아주 중요합니다. 제 생각에는 기초화장도 중요하지 싶어요. 화장이 잘 되려면 기초화장부터 잘 되야 하는 것처럼, 공사에도 기초공사가 무지 중요합니다. 기초공사를 하는데는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기초만 끝나면 그 위로는 철골 빔을 쌓아 올라가면 됩니다.
기초 공사 중, 터파기나 철골 얽기도 끝이 나고 오늘 지하 1, 2층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이제 무량수전은 위로 올라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것은 그리 힘드는 일이 아닙니다.

그와 같습니다. 우리가 가문을 중요시 하는 이유도 그러한 데 있는 것입니다. 요즘 가문 따지는 곳이 잘 없다하지만 그래도 뼈대있는 집안, 명문이라 하면 그런 전통과 가족들의 여러 가지 좋은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그게 다 예부터 헛된 일이 아니지요.
우리가 조상을 천도하고 지장재일에 위패를 모시고 정성껏 기도하는 데는 다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도 실하고 그렇지요. 뿌리없이는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삶 자체가 조상이라고 하는 뿌리를 외면하고는 잘 살기 힘듭니다.

한달에 한 번 정도, 조상을 생각하면서 기도하는 날이 바로 지장재일 아닙니까? 한 달이 30일이면 29일은 살아있는 우리 자신을 위한 기도일이라 생각하고 그 중 하루는 오늘같은 지장재일은 조상을 위한 시간, 나의 뿌리를 위한 날이라 생각하셔서 반드시 지장재일 기도에 동참 하셔야겠습니다.

지장기도(영가천도)의 원리

지장기도의 개념이라고 하면 뿌리요, 기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지장재일의 원리에 대해 말씀드리면 삼보님의 법력으로서 영가를 각성시켜야 하는 것이 지장기도의 원리입니다. 조상이 각성이 되지 않으면 기도가 나아갈 리 없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는 스스로 하면 되는데 이 기도는 상대가 있는 기도라서 반드시 영가의 각성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포교를 하려고 해도 당사자가 고집이 세면 포교가 잘 안돼요, 모두 집에 큰아들 있지요? 참 모셔오기 힘들어요. 포교를 40명 50명 한 사람도 자기 남편은 못데리고 와요, 희한한 일이지요?
포교를 한다거나 조상천도를 하는 이런 일은 당사자의 개심(開心), 당사자의 각성이 있어야 돼요,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산 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그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 줄 수밖에 없지요.

포교를 예로 들면 이미 전생부터 부처님과의 인연이 있고 선근종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도 올 수 있고, 한번에 순순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한 번해서는 잘 안돼요, 왜냐하면 이곳이 물질적으로 눈에 띄는 어떤 도움 즉, 돈을 준다거나 떡을 주는 곳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당장에 자기한테 어떤 이득이 있어야 거길 가게 됩니다. 백화점 같은 곳도 세일한다 선착순으로 뭘 준다고 하면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난리지요.

눈에 안 보이는 것의 소중함, 귀중함을 모르기 때문에 자꾸 그런 것들 하고 은연 중에 비교를 하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만져지는 것보다 백천배 더 귀중한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눈이 어둡고 귀가 어두워서 그걸 모릅니다.

그래서 당사자의 고집이 세고 성질이 모가 나고, 선근종자가 부족하면 포교가 무지 힘이 듭니다. 절에 가자고 했을 때 순순히 따라오는 남편은 선근종자를 갖추었거나 인품이 훌륭하던가, 부인이 집에서의 역할을 훌륭히 잘 해 냈기 때문일 겁니다.
부인이 집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거나 남편은 남편대고 엇길로 가는 집은, 평생을 포교하려고 해도, ‘나는 절에 니 꼴 보기 싫어서 안 간다’ 이러거든요. 그럴 수도 있어요.

제가 어제 어느 분과 통화를 하다보니 그 남편이 부인의 꼴이 보기 싫어 우리절에 안 온다는 겁니다. 결국은 어떻게 됐냐 하면 하도 가자고 하니까 그럼 니가 다니는 절 말고, 다른 불교대학에 가겠다 해서 다른 곳에 갔더니 신입생이 7명 모여앉아 있더랍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됩니다. 결국은 이곳에 오게 될 겁니다. 저는 그걸 확신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씨알도 안 먹혔는데 지금은 어쨌건 절에 나가기 시작했지요. 세월이 지나면 좀 더 차원 높은 절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세상 이치는 산 자나 죽은 자나 비슷합니다. 아니 똑 같습니다. 우리가 영가 천도를 하다보면 고집이 무지 센 영가는 천도도 힘듭니다. 영가 천도를 해서 감이 안 좋으면 두 번, 세 번 지내보는 사람이 있거든요. 본인 당사자가 영감이 가장 빠릅니다. 아, 천도가 됐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장기도는 그 원리가 삼보의 위신력도 있겠지만 상대 영가의 각성이 있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 정성껏 기도해야 되고 또 한 번에 안 되면 수백 번이라도 해서 영가를 각성 시켜야 합니다.

집에 있는 남편이 스스로 개심이 있어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야 절에 따라오는 것처럼 영가가, ‘아, 이제 내가 가야겠구나. 참 좋은 부처님 말씀도 있었네’ 하고 염불 속에서 그런 힌트를 얻고 ‘내 삶이 지금까지는 잘못되었구나, 이제부터는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길을 알았으니 가야겠구나’ 하는 그것이 바로 영가의 각성이며 천도되는 원리입니다.

지장기도의 과보

그렇다면 그러한 기도를 통해서 얻는 결과, 기도를 통해서 얻는 과보는 어떻게 되느냐 하면, 천도를 지내 주는 사람이 다시 받게 됩니다. 이것은 세상 이치와 같습니다.
매일 술이나 마시고 들어오는 꼴통남편을 억지로라도 포교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편하기는 누가 편해지나 하면 포교한 자신이 편해집니다. 그와 같습니다.

제가 그저께 어느 거사님으로부터 받은 편지입니다. 제가 보기엔 지금은 인격이 훌륭하고 점잖으신 분인 것 같은데 . 사연이 긴데 중간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이런 좋은 도량을 여기 두고 거사님들과 보살님들은 다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곳에 오고나서 모든 것을 다 바꾸었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본 집안 식구가 그런 소리를 자주 합니다. 다른 보살님들도 집의 거사님들을 부디 포교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리고 편지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날, 읽어주면 안되겠냐고 했습니다.

이 편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자면, 남편 혹은 다른 가족을 포교하면 결국에 얻는 득은 자기 자신에게 옵니다. 반드시 돌아와요. 조상을 천도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조상을 천도해서 얻는 득, 과보는 반드시 후손이 받게 되어있습니다. 꼭 그것을 바라서 하지 않아도 순수한 마음으로만 해도 그 결과는 자신이 받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특별히 말씀드린 것은 지장기도의 어떤 개념, 지장기도의 원리(영가천도의 원리), 세 번째는 지장기도 혹은 천도기도를 해서 얻는 결과, 이 세 가지를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니 지장기도를 꼭 꼭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승가공동체는 단체게임과 같은 것,
나 때문에 경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찌 방심할 수가..


“포교가 잘못되면 큰일입니다. 우리절 뿐 아니라 불교 전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오늘 자기 기도를 하러 나오셨고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불교계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포교에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면 됩니다.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전체가 움직여야 뭔가가 이루어집니다.
스포츠 또한 한 두사람이 잘해서 이기는 게 아닙니다. 수비도 잘해야 되고 공격도 잘해야 되고 공 던지는 사람, 치는 사람이 전부가 다 잘해야 됩니다.

승가공동체라고 하는 것은 바로 단체게임과 같습니다. 어느 한 쪽에서라도 못하게 되면 넘어갑니다. 스님들도 잘해야 하고, 우리 신도님들도 잘 해야 합니다.
포교라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마치 야구나 축구같이 단체 게임에서 이기는 성적을 내려면 어느 한쪽에서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생각하고 움직이셔야 됩니다. 나 때문에 경기에 지고 있다고 생각해 봐요. 내가 경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찌 나태하고 방심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천도재에 동참한 공덕으로 모두 건강하시고 가족들이 하는 일들이 다 잘되시기 바랍니다.

나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 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무일 우학스님의 지장재일과 지장기도의 의미중에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