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겨울날씨가 참 대단합니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할 겨울 강추위가 연십몇일째 입니다
폭설에 영하 십여도를 한참 밑도는 추운날씨에
동파니 교톹대란이니 난방비니... ..
불자님들모두 참 대단히 힘든 겨우살이인것 같습니다
이곳 토굴에도 새벽으로 삼보님전에 올린 다깃물에 얼음이 얼고
토굴의 수돗물과 물이란 물은 다 얼어붙은데다
눈길에 추위에 오고가는 인적 끊어진지 오래고
도무지 겨우살이 어떻게 해야할지 수행자도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추운겨울이 또 있었는가 생각하다...
예전 철모르던 십대 고등학교 겨울방학시절의 추억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저의 속가고향은 겨울에도 눈구경 추위걱정 별로 안하고 살았던 곳이라
어린마음에 학교선배와 둘이 합천해인사나 가보자 하고 소위말하던 무전여행을 떠났습니다
달력 사진으로만 보던 해인사는 설경에 정말 운치있는 곳이어서
눈구경 실컷하고 오자며 나름대로 숙박비도 안되는 돈 몇푼들고
젊은 객기로 떠난 난생처음의 여행길이었습니다
가는길 마침 의령군 궁류면에서 도시로 유학온 반친구집에도 들러 하룻밤을 따뜻한 군불쬐며
고구마도 구워묵고 밥잘 얻어먹을때만 해도 여행 참 잘 왔구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만
그때만해도 대중교통편의 연결이 아주 않좋아서 궁류에서부터 산길넘어 합천가는 버스가 오는 마을까지
세시간여를 군데군데 남아있는 잔설을 헤치며 세찬겨울 바람맞으며 험한 길을 넘어가다보니
추위와 강풍에 아무대책없이 나섰던 여행길이 후회막심이었습니다
아뭏은 우여곡절끝에 넘어간 고갯길이었지만
하루에 한두번 있는 버스도 놓치고 겨우 지나가는 트럭한대 세워서
한시간여걸쳐 함천읍에 도착하고 다시 해인사가는 막차버스겨우 타니
그래도 여행이란 이런 맛이구나 하며 다시 설레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해인사밑 마을에 도착하고 절에서 잘려고 사정을 알아보니
늦은시간에다 추위에 절까지 걸어올라가는 것도 힘들고 또 간다해도 재워줄지
이런저런 난감한 고민을 할때 마침 버스에서 함께내린
대학생들이 같이 자고 아침일찍 해인사가자며 권유해서 여인숙 비슷한 곳에서 다행히 함께 묵게 되었고
당시 79년도겨울 시국이 어수선하던때라 서울에서 바람도 씔겸 고시공부도 할겸 왔던 대학생들에게
그 때 막걸리 한사발 얻어먹으며 이런저런 세상사는 얘기들 귀동냥하며
여행이란 이런맛에 하는구나 하며 새삼 잘왔구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아침에 해인사 걸어가는 가는길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철없던 어린마음의 눈으로본 경치였지만....
시간이 이렇게 삽십여년이 흘렀지만....
눈덮인 가야산과 해인사 홍류동계곡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날 비록 아무런 등산준비도 없었지만 대학생들을 따라
눈으로 가득덮힌 매서운 겨울바람 가득한 가야산정상에도 오르고
다시해인사 내려와서 주변 암자들 돌아보며
따듯한 햇볕에 말리려고 장독간위에 내놓은 구수한 누룽지들도 몰래 집어먹으며
해인사주변 구석구석을 추운줄모르고 잘구경하고 다녔습니다
물론 저녁에는 그형들과 절간에서 하룻밤 따듯한 군불땜 방에서 자고
난생처음으로 새벽 찬공기맞으며 지친눈 비비고 법당에서 스님들따라 절도 해봤습니다
갑자기 해인사 옛날추억을 얘기한것은 다름이 아니라
요즘같이 추운날씨에 비록 마음 위축되고 살림살이 힘들더라도
예전 이보다 더한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도 잘넘겼는데
요즘은 너무 편하게 살아서 어려움을 몰랐던거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에
게으러진 수행승 자책하는 마음에서 떠올려봤던 예전 기억들입니다
많이 춥고 힘든 겨울이지만
겨울오면 봄은 멀지 않았다는 싯구처럼
우리 불자님들 모두 따듯한 봄의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따듯한 겨울 잘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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