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암토굴에 아주 작은 제사가 있는 날입니다

 

제사모시는 분은

토굴 뒷편 마을에 홀로사시는 할머니한분입니다

 

두어달전...

처음 토굴에 들르주신 할머니는

연세에 비해 기도를 너무 잘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천수경암송은 물론이고

지장경 지장정근 광명진언 츰부다라니독송에

젊은 사람들도 잘 하지 않는 108배를 정말 땀한번 흘리시지 않고

능숙하게 잘 하셨습니다

 

어떻게 기도를 그렇게 잘하시고

부처님 모시는 것을 그렇게 잘 하시느냐고 물어보니

예전 젊은시절 서울살이하실때 지장기도로 유명한 불광사에서부터

열심히 지장기도를 하셔서 그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으시고

새벽부터 나름 집이든 절이든 어디서든 해오셨다 합니다

 

80여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경전독송을 많이 하셔서 기억력도 좋으시고

노인같지 않으신 화색의얼굴에 아주 건강하신 분입니다

경전독송이나 기도를 많이하면 치매나 노인성질환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하던

예전 큰스님들 말씀처럼 근기있게 부처님 말씀공부 잘해오신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런 분이라 아직도 부족한 수행승 새삼 존경스런마음에서

늘 건강하시라 발원드렸습니다

 

세월의 흔적은 어쩔수 없듯이

할머니는 얼마전 근친중 가장 가까운 여동생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직계 가족들이 서울에서 49재를 올린다고 늘 어려운 홀로걸음으로

서울을 매주올라가시던것이 엊그제인데 얼마전 찾아오셔서

동생의 사후백일이 오늘이라고 작은 제사를 모시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직계가족도 챙기지 않는 사후 백일천도회향을

개인적으로 의지했던 여동생에 대한 아쉬운 마음에서 지내주고자 하는 안타까운마음인데

나라에서 주는 작은생활비에 의존하는 형편으로 어떻게 할수 없는지 주저주저 망설이시다

저에게 의논하시기에 기꺼이 물한그릇 과일한조각이라도 마음의 정성이면 되지

물질을 많이 올리고 또 불공비를 많이 낸다해서 영가가 더 좋은데 가는것은 아니니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저와 함께 백일회향제사 모시자 말씀드렸습니다

 

혼자사시는 것도 서러운 그런 세월인데

그동안 정들고 의지했던 근친의 죽음앞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이루 헤아릴수는 없지만 아뭏은 이분의 바램대로 동생분이

부디 극락왕생하셔서 다음생 좋은곳에 태어나 좋은 인연으로 다시

할머니와 재회하시길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제사나 천도재 불공이란

있으면 있는대로 내 마음을 내고

없으면 없는대로 내 마음을 내며

자신의 능력에 맞게 형편되는대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깨끗한 물한그릇 초한자루 향하나 단돈 천원한장이라도

얼마든지 정성을 다해 망자를 위해 올린다면 그 공덕은 이루 말할수 없습니다

 

설이 또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제사모시는것 때문에 아마도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은

마음고생이 심할것입니다

상차림등 형식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평소에 내 마음다해서 부모님이나 조상님들께

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저가 있는 우리암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설을 맞아 제사를 모시기 힘든 분이나

사정상 직접 제사에 동참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합동으로 제사를 올려드릴려고 합니다

 

이번 설....

나의 뿌리이자 내 삶의 근간인 조상님들에 대한

물질이 아닌 마음의 정성 다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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