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를 삼고
달을 촛불로, 구름을 병풍으로, 바다를 술통으로 만들어 크게 취하여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도리어 긴 소매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까 하노라.

 

-조선 명종조 진묵선사님의 곡차에 대한 싯구중에서 옮김-

 

진묵조사의 시는 고금의 승려로써

취흥이 도도할 때 읊은 시로는 가장 뱃포가 큰 유일한 시라고 합니다.

 

초의선사의 찬문에 등장하는 진묵조사는 불가의 고승이면서,

곡차( 茶=술)를 즐기는 승려였습니다

승려는 부처님이 내리신 계율을 엄수해야 하지만,

때로는 계율을 초탈하여 정신세계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초의선사는 진묵조사를 통해서 승려의 곡차문화를 말씀하였습니다

 

어쨌거나 초의선사의 곡차론,

즉 진묵조사가 즐기었던 곡차의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숨어서 음주하던 일부 승려들을 해방시켰고

불가의 새로운 곡차론은 전국에 유포되었고,

술을 마시던 승려들은 떳떳이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화두가 통 들리지가 않구먼. 우리 다도나 하면서 대화나 할까?”  

“무슨 다도?”  “곡차.” “좋지.

"곡차의 다도는 우리같이 외로운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닌가.

견성성불 하기 위해서 삭발위승하여 부모형제를 칼로 베듯 작별하여

승려가 되어 청춘을 바쳐 수행정진 하였지만,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비구승이니 처자가 없고, 무소유사상으로 중생구제에 전념하였으니

개인적인 재물이 있을 리 없지. 남루한 누데기 옷으로 감싼 몸마저 늙고

병이 들어 저승길을 생각하는데, 곡차 한 잔 아니할 수 없지…. 안 그런가?”

 

윗글은 진묵선사에 관한 글중 일부 옮겨본것입니다.

진묵선사와 초의선사의 곡차에 관한 구전들은 하도 많아서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렵습니다만

곡차란 이렇게 도를 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격의초탈한 방편의 일부로서

불가나 혹은 도가에서 수용되어 왔던 문화이기도 합니다

 

 또 1,400여 년 전에도 ‘거리에서의 참선’ 즉 저자거리에서 온갖 기행을 일삼으며 만행(漫行)을 한 3인의 스님들이 있었는데 대안대사와 혜공대사, 원효대사가 그분들입니다 삼국유사 원효장(元曉章), 대각국사 문집, 송고승전 4집 원효전 등에 따르면 신라의 대안대사(571~644)와 혜공대사(惠空, 632-646)는 자주 술에 취한 채 삼태기를 지고 거리에서 노래와 춤을 추어 사람들이 그를 부궤화상(負櫃和尙)이라 불렀고  원효대사는 거리에서 술에 취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를 ‘무애무와 무애권선가’라고 부릅니다.


"곡차를 곡차로 마시면 곡차가 되고

술로 마시면 술이되며 물로 마시면 물이 되니....

똑 같은 물을 마셔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는 이치이다"

저같은 경우 큰스님들께 누누이 들었던 얘기입니다

 

 오늘 이같이 곡차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요즘 일부 스님들의 부끄러운 일이 시중과 언론에 시끄러운 가운데

엉뚱하게 11년전 있었던 곡차사건이 다시 희자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당사자중 한분이셨던 명진스님은 그때 불가피한 자리에 대해

참회와 모든 직책을 내려 놓으셨고 이미 여러 차례 과오에 대해 밝히셨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일을 다시 일부의 언론과 이념 편향적인  세력들이 마녀사냥식으로 침소봉대하여 확대재생산 하는것 같아 심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최근 봉은사의 거대 재정관리를 신도회로 넘겨 불교계의 혁신을 몸소 실천하시어 불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아오신 명진스님은 물론이고  모든 수행자들의 이미지와 불교의 존립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작금의 사태는 정말 우려되는 바입니다.

 

 옛선사들의 곡차론을 이 기회에 다시 언급한 것은

부처님시대 인도라는 고온다습한 나라의 환경적상황에서 틀지어진 오계속의

음주 곡차에 대한 미시적 해석을 좀더 현대적이며 한국적인 집단, 인맥, 유대교류등의 관습교류등의 맥락과 선 수행과정에서 도를 통한다, 도를 논한다는  대도무문적인 틀의 곡차문화로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저 자신도 특별한 기도기간이나 안거, 혹은 중요 의식의 기간이 아니면 필요한 공양자리의 곡차를 마다 하지는 않습니다.

곡차론에 대해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불교의 기본수행정신까지 매도하는 편견의 시각과

사부대중을 오도하는 무지막지의 마녀사냥에 대해 심히 우려스러운 마음입니다

 

 이럴때일수록 우리 수행자들과 불자님들은 평상심을 회복하여

부처님법 옹호와 불교의 수호에 더욱더 앞장서시길 당부하는 바입니다

 

(아래사진은 지난 봄  단지불회 법회에 토굴 불자님들과 함께 명진큰스님 법문듣는 자리 함께한 사진입니다. 평소 존경으로 모시는 큰스님의 휼륭하신 수행정신이 이번일로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