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내적 관 련 을 설명한 불경으로 지장경은
인간 심리 또는 심리현상에 대해 대단한 관 찰과 이 해를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천도재를 올릴 때 지장보살을 염 하고 부르면서 정근한다.
그리고 음력 4월 보름부터 음력 7월 보 름까지의 사이에는 전국의 각 사찰에서 지장기도를 봉행한다.
우 리나라에서 지장보살에 대한 신앙은 아미타불신앙(阿彌陀佛信仰), 관음신앙(觀音信仰), 미륵신앙(彌勒信仰), 각종 신중신앙 과 함께 아주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장보살에 대해서 알아 볼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장경(地藏經)>을 읽어보아 야 한다. 또 지장보살은‘지옥중생(地獄衆生)을 다 구할 때까지 는 성불(成佛)하지 않겠다.’고 서원(誓願)을 세운 보살로 유명 하다.

어떤 인연 속에 그와 같은 서원이 나왔으며 지옥중생을 구 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도 궁금하다.
<지장경>은 <지장보살본원경(地裝菩薩本願經)>을 줄인 이름이 다. 또 <지장본원경(地藏本願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장보 살본원경>은 실차난타에 의해서 범어로부터 한문으로 번역되었다 고 되어 있지만, 옛날의 대장경 목록에는 들어가 있지 않고 명 나라 이후에만 대장경 목록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 <지장경> 은 실차난타의 번역이 아니라 현장법사가 번역한 <지장십륜경(地藏十輪經)>을 토대로 해서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僞經)으로 의 심을 받고 있다. <지장십륜경>에서는 지장보살을 갖가지 방법으 로 받들면 얻게 되는 이익들이 주로 설해져 있지만, <지장경>에 서는 지장신앙으로 얻게 되는 이익 외에도 지장보살의 전생이야 기 또는 본생담(本生譚)이 추가되어 있다. 현재 지장신앙을 이끌 어 가는 데 있어서 이 <지장경>이 <지장십륜경>보다도 더 영향력 을 많이 발휘하고 있다.

 <지장경>에 대해서 들어 보았거나 <지장 경>을 독송하는 불자들은 많지만 <지장십륜경>에 대해서는 이름 만이라도 아는 불자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이 <지장경>은 일찍 부터 한글로 번역되었는데 조선 세조 때에 학조대사가 <지장경> 을 한글로 번역한 <지장경언해(地藏經諺解)>가 발행되었다. 현 재 <지장경>의 한글번역본은 여러 가지가 있고 또 글씨를 크게 인쇄해서 독송용으로 편집한 것도 많이 있다. 그러면 먼저 지장보살의 대원, 즉 지옥중생을 다 구하지 않으 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문맥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장경>을 보도 록 하자.

석가모니부처님이 지장보살의 전생인연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문수사리여, 이 지장보살은 헤아릴 수 없이 머나먼 과거 무량 억겁 전에 큰 장자의 아들이었느니라. 그때 사자분신구족만행여 래라는 부처님이 계셨는데 장자의 아들이 그 부처님의 상호에 온 갖 복락이 갖추어져 있음을 보고 그 부처님에게 어떤 수행을 하 셨기에 그와 같은 훌륭한 상호를 얻었느냐고 여쭈었느니라. 그러 자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께서는 장자의 아들에게 이르시되“이 몸을 얻고자 하거든 오랜 기간 동안 갖가지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해서 해탈시켜야 한다.”고 하셨느니라. 문수사리여, 그때 장자의 아들이 서원하기를‘미래세가 다하도 록 무량겁 동안 고통을 받는 육도중생을 갖가지 방편으로 다 해 탈시킨 후에야 나 자신이 불도를 이루리라.’고 하였느니라.

지 장보살은 그로부터 지금까지 백천만억 나유타의 무량겁 동안 아 직도 보살로 있느니라. 여기서 지장보살의 본생담이 소개된 것이다.

무량겁 전에 사자 분신구족만행여래라는 부처님이 있을 때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 었는데 그가 부처님을 보고 환희심이 나서 어떻게 해야 부처님처 럼 훌륭한 몸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그 부처님은 고통받는 중 생을 해탈시켜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러자 지장보살은 고통받 는 중생이 남아 있는 한, 성불하지 않겠다고 서원을 세운 것이 다. 이 같은 서원을 세우는 지장보살의 전생이야기가 여러 가지 소개되는데 대부분 조상을 지극정성으로 천도하는 이야기에 이어 져서 나온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지장보살에게 미륵부처님이 출현할 때까지 부처님 자신이 아직 교화하지 못한 중생들을 교화하라고 부촉하 였다. 그러자 지장보살은 다음과 같이 사뢰면서 중생교화를 다짐 하였다. “부처님 법 가운데서 어떤 일이든지 착한 일을 한다면 그 선 행이 한 터럭, 한 물방울, 한모래알, 한 먼지만한 것이라고 하더 라도 제가 점차 교화하고 제도하오리다. 후세의 악업 중생 때문 에 염려하지 마옵소서.”

설법장에 있던 한 천왕이 부처님께 문제를 제기하였다. “세존이시여, 지장보살이 무량억겁 전에 그렇게 큰 원을 세웠 는데 아직까지도 중생제도가 끝나지 않고 또다시 큰 서원을 세워 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대해서 부처님은 답하신다.

 “미래의 무량겁 중에 업의 인연이 계속 이어져서 아직도 끊이 지 않음을 보기 때문이니라.” 중생들의 업연이 끊어지지 않으므로 지장보살의 중생구제가 끊 이 없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 새롭게 서원을 세우고 다짐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지장보살의 담당은 저승에 있는 지옥중생들을 교화하는 일이 다. 천도되지 못한 망인을 천도하는 방법을 지장보살이 설한다. 만약 미래의 세상에 어떤 이가 꿈에 귀신이나 여러 가지 형태 를 보되 혹은 슬퍼하고 혹은 울며 혹은 조심하고 혹은 탄식하며 혹은 무서운 것이 나타나면 여기에는 반드시 전생인연과 관련된 이유가 있느니라. 한 생이나 십 생이나 또는 백천 생 과거세의 부무나 형제자매, 남편이나 아내 등의 권속들이 악도에서 벗어나 지 못하고 또 누가 자신을 구원해 줄 희망도 없으므로 부득이 숙 세골육(宿世骨肉)에게 호소하여 방편을 지어 악도에서 벗어나기 를 원하는 것이니라. 이때에 조상의 꿈을 꾸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지장경>을 읽게 하여라. 그러면 그러한 악도의 권속들이 해 탈을 얻고 꿈 가운데 나타나지 않을 것이니라.

꿈이 뒤숭숭하고 무서운 것이 나타나고 또는 이상한 형태를 보 게 되면 숙세골육, 즉 다겁생래의 조상들이 천도해 달라고 부탁 하는 신호이니 <지장경>을 읽으면 천도가 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내적 관련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 불 경 가운데 <지장경>은 인간심리 또는 심리현상에 대한 대단한 관 찰과 이해를 보여 주고 있다. 생시인지 꿈인지 알 수 없을 때,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 한가 지 더 알아보자.

지장보살은 병의 증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치 유책을 제시한다. 만약 어떤 이가 오래 병상에 누워 살려고 해도 마음대로 안되 고 죽으려고 해도 마음대로 안 될 경우가 있느니라. 꿈속에서는 악귀나 집안 친족과 험악한 길을 헤매며, 어떤 때는 도깨비에 홀 리고 귀신과 같이 노니는 경우도 있느니라. 이렇게 날이 가고 달 이 감에 따라 몸이 점점 여위어서 잠을 자다가도 괴로워 소리치 며 깨어나기도 하는 경우가 있느니라.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은 모두 다겁의 업장으로 인해 죄업의 경중을 정하지 못해서 수명 을 버리기도 어렵고 병이 쾌차하기도 어려우니 이 연고는 보통 사람으로는 알 수가 없느니라. 이 증상을 치료하려면 마땅히 이 <지장경>을 불보살의 형상 앞에서 읽도록 하여라.

그리고 불상 을 모신 앞에 공양이나 등불을 올리거나 갖가지 부처님과 인연 맺는 일에 동참하도록 하여라.

이 글을 읽는 불자들은 불법공부가 높기 때문에 지금 <지장경> 에서 묘사하는 것과 같은 병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도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스님네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병증을 겪는다고 한다.

필자에게 상담하러 오는 불자들 중에도 꿈인지 생시인지 확실하 지 않은 상태에서 악귀나 조상과 함께 험한 곳을 헤매인다고 하 소연하곤 한다.

신심이 장한 노보살님이 계셨는데 남편을 저승으로 먼저 보내 고 네명의 자녀들과 함께 살았다. 어머니 생각에는 자식들을 굶 기지 않고 옷을 입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불보살님께 감사했지 만 자녀들은 어머니가 베풀어주는 것이 불만스럽기만 했다. 어머 니는 절에도 열심히 다니고 시주도 많이 하고 착한 생각만을 하 는데,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녀들은 어머니 가 믿는 종교에 대해서 항상 좋지 않게 생각했다. 어머니가 갑자 기 돌아가시자 절에 가서 49재는 올렸지만 그 이후로 자녀들은 절에 발길을 끊었다. 그런데 한 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보면 몸이 약해서 그런 것이니 좀 쉬면 나을 것이라는 말만 듣곤 했다.

그런데 그 딸은 꿈을 꾸기만 하면 돌아가신 어 머니를 만나게 되는데 어머니는 온갖 험한 욕설을 다하는 것이었 다. 딸은 꿈을 잘 잊어버리고 또 기억하더라도 꿈에 대해서 신경 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꿈의 횟수는 점점 많아지고 꿈마다 어머 니가 나타나서 욕설을 하므로 그 딸은 이상스럽게 생각했다.

꿈 을 없애려면 <지장경을 읽으면 좋다는 주위의 권유를 듣고 <지장 경>을 건성으로 한번 읽었다. 그런데 그날 밤은 꿈을 꾸지 않았 다. 그래서 그 딸은 불자가 되었고 거의 매일 <지장경>을 독송했 다. 그 이후로는 한번도 어머님을 만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불교방송 법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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