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글은 일타(日陀) 前 조계종 전계 대화상의 외삼촌인 법안(法眼) 스님의 기도 일화입니다. 이 글을 통해서 우리는 지장 기도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가

'기도 삼매'를 통한 오도(悟道)와도 직결되는 구도법의 일환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 집안 41인의 승려 중 가장 먼저 출가한 분은 나의 큰외삼촌인 김학남(金學南, 190 2∼1955)으로 나의 어머니인 성호 비구니의 바로 밑 동생입니다.


큰외삼촌은 할머니 평등월 보살의 기이한 입적을 접하고 열심히 절에 다니다가, 23세의 나이로 1924년에 출가하였습니다. 처음 만공(滿空) 스님을 찾아가 머리를 깎아줄 것을 청하 자, 만공스님은 사형 혜월(慧月) 스님의 제자가 될 것을 권했습니다.


"나의 사형 중에는 혜월이라는 천진도인(天眞道人)이 한 분 계시지. 혜월 사형은 너무 천 진무구하여 남의 스승이 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만약 내가 주선하지 않는다면 사형은 평생 제자를 못 들일거야. 네가 그분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 봄이 어떠하냐?"


큰외삼촌은 만공스님의 권유대로 혜월스님의 제자가 되어 법안(法眼)이라는 법명을 받았 습니다.


그뒤 큰외삼촌 법안스님은 오대산·금강산·천성산·지리산 등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는 이름 있는 고승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참선정진을 하였습니다. 오직 바루 하나, 누더기 한 벌로 살면서 선방에만 다녔습니다. 유유자적(悠悠自適), 법안 스님은 그 어떠한 것에도 걸리 지 않았습니다. 어느 때는 무애(無碍)의 행을 거침없이 하였고, 어느 때는 시를 지으며 스스 로의 경지를 점검하였습니다.

 
      일천 봉우리 위의 한 칸 집이여 
      반 칸은 노승이 반 칸은 구름이 차지했구나 
      어느 때 서쪽 바람 불어 구름이 날아가면 
      하나뿐인 창으로 밝은 달이 서로 찾아와 비추네 
            千峰頂上一間屋
            半間老僧半間雲
            有時西風雲飛去
            一窓明月來相照
 

이것은 스님이 금강산 토굴에서 지은 시입니다. 이렇게 10여 년을 참선정진하며 지내던 법안스님은 35세가 넘자 해인사 백련암으로 들어와, 영구천(靈龜泉)이라는 조그마한 샘을 파 고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지장기도를 하리라 다짐 했습니다.
스님은 단순히 입으로만 지장보살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지장보살과 하나가 되도록 마 음을 모으고자 했습니다. 처음에는 2시간씩 네 차례, 하루 8시간의 기도를 시작하였으나, 날 이 갈수록 기도 시간은 길어졌습니다.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5년이 경과하자 삼매(三昧) 속에 빠져들어 3,4일을 밥도 먹지 않고 대소변도 보지 않고, 마냥 서서 목탁을 두드리며 지장보살을 부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대중스님들은 " 법안스님이 저토록 기도삼매에 자주 드는 것을 보니 머지 않아 깨달음을 이를 것이다."라고 하면서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9년이 되었을 때, 법안스님은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고 법당을 뛰쳐나오며 외 쳤습니다.


"허공골(虛空骨)을 보았다! 허공의 뼈를 보았다!"


그리고는 짧은 오도송(悟道頌)을 지었습니다.

 
      허공골 중의 
      유상 무상이여 
      상 속에는 부처가 없고 
      부처 속에는 상이 없다 
      虛空骨中
      有相無相
      相中無佛
      佛中無相 
	  

그때 백련암 스님들은 당시 법안스님의 기도성취를 축하하면서 '영구천구년지장기도기념 비(靈龜泉九年地藏祈禱紀念碑)'를 세웠는데, 그 비석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지장기도를 통하여 한 경지를 이룬 큰외삼촌 법안스님은 걸림 없는 법문으로 대 중들을 교화하면서 더욱 자재롭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1955년 가을, 홀연히 서을 도선사 석 불 뒤의 바위 위에 앉아 아무도 모르게 입적하셨습니다.
이처럼 삼매를 이룬 기도는 오도(悟道)와 직결됩니다 깨달음의 원(願)을 세우고 불보살 과 하나가 되면 능히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삼매(三昧)! 부디 삼매를 이를 때까지 좌우를 돌아보지 말고 부지런히 기도하십시오. 반 드시 '나'의 불성(佛性)이 발현되어 우리를 해탈의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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